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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올렸던 잡다구리들

[SK 와이번스] 818사태, 그 누구도 잘한 것 없는 상처뿐인 싸움

by 제이PD 2011. 8. 19.
2011년 8월 18일은 앞으로도 잊지못할 날이며,
30년 프로야구 역사상에서도 쉽사리 묻히지 않을 날이될것 같습니다.

8월 17일 김성근 전 감독님("전" 자를 붙이니 굉장히 어색하네요... 양해 바랍니다)이 올시즌까지만 SK 감독직을 수행하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그에 대한 SK 프런트의 결정은 경질.. 감독직 경질 이었지요...

저는 와이번스 팬입니다.
게다가 김성근 감독님 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쪽도, 저쪽도 편들지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한번 바라보고 싶습니다.

먼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봐야할것 같습니다. SK에서 김성근 전 감독님 과 이만수 감독대행을 모셔왔을때 팬들은 어느정도 알고계셨을 겁니다.
차기 감독으로 이만수 감독대행이 SK의 감독이 될거라고..


당시 창단 6년째인 SK는 준우승1회를 제외하고는 저조한 성적을 찍고 있었고,
프런트에서 김성근 전감독님을 모셔오며 2년 계약을 하고 팀의 기반만 잡아달라..
이것이 요청사항 이었지요.


그당시 SK 선수단은.. 기본도 잘 안잡혀있고.. 당시 이만수 수석코치가 어떻게 이선수들로 경기를 하냐는 식으로 말할 정도로 기반이 잘 잡히지 않은 팀이었습니다.


이렇게 약체인 팀을 선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성근 감독님이 선수단 관리의 모든 권한과 구단측의 지원을 약속하고 선수들을 육성해서 팀의 기반을 잡아주고, 이후 바통을 넘겨받은 프로야구의 스타플레이어 였던 이만수 감독대행이 상위권 성적을 찍어 SK야구단의 팬을 증가시키고 야구단 이미지와 기업 이미지를 동시에 상승시킨다.. 이것이 당시 SK 프런트의 계획이었겠지요.
(프런트에서도 1, 2위 안바랬을 겁니다. 적어도 중위권, 중상위권만 유지해주었으면 했겠지요)

하지만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립니다.
부임 첫해인 2007년, SK창단이후 첫 우승, 그리고 다음해인 2008년 2년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게된 것입니다.



현대에게 배신당한 인천야구 팬들은 2007년을 계기로 "인천SK"를 외치는 SK로 조금씩 다시 눈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2008년에도 내리 우승을 하며 계약기간 종료 후 SK 에서는 김성근 감독님과 3년 계약을 채결하게 되지요.

이것이 어쩔수 없이 계약을 연장한 것인지(2년연속 우승의 여파)
아니면 정말 SK를 계속 강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계약을 한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후 2009년 준우승, 2010년 우승을 하며 그야말로 2000년대 후반 최강자 SK왕조를 수립하게되게 되고,
때마침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WBC에서 한국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원래 인기있던 대한민국의 야구가 대중들에게 더 어필이 되면 프로야구 팬은 폭증을 하게되고, 덩달아 SK가 좋은 성적도 유지하여 김성근 감독님 부임첫해보다도 무려 3배가까이 SK팬들도 늘어났습니다.

SK 프런트는 고민에 휩쌓였을 겁니다.
김성근 감독님을 계속 현장에 두자니 프런트의 힘이 약해지고 있고
매년 SK팬들은 SK와이번스를 연호하긴 하지만 SK기업보다는 김성근 감독만을 바라보게되고,
김성근 감독님의 한면만 보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타팀팬, 여론의 목소리들 때문에 기업의 이미지에 실추가 된다 판단을 하였겠지요.

기업입장에서 어떤식으로든 이기는 야구를 추구하는것이 싫었을까요.
2010년 우승 후 "우승을 해도 기쁘지 않다" 라고 말까지 나왔으니.... (예끼! 이게 할말입니까-_-;)

제 생각에 올해까지 김성근 감독님이 계셨어도 재계약은 성사되지 않았을거라 생각됩니다.
SK기업측에서는 SK기업을 위한 프로야구단이 아닌 김성근을 위한 프로야구단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싫었을테고,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며 올시즌 내내 김성근 감독님을 괴롭혀왔겠지요.

재계약 성사, 불발, 선수단 불만 등등 각종루머가 판을치고 현재 현장에서 수장을 맡고있는 분께 재계약 의사가 있으나 양해를 구해야 할 후배가 있다는 발언까지 하며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조금씩 금이갔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프런트에서 현재 감독직 수행중인 김성근 감독님께 이러한 태도는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수급도 잘안해주고, 있는 선수로 어렵사리 살림을 꾸려가는 분께.. 게다가 재 계약건으로 벌써 여러차례 부딪힌다는것..
확실한건 무슨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재계약 할 생각이 없었을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신 발언을 하게 되십니다.
"올시즌을 끝으로 SK 감독직을 사퇴하겠다..."

현재 시즌중이고, SK는 2위탈환을 노리고 있고 1위 삼성과의 중요한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런 발언을 하셨습니다.
솔찍히 저는 조금 충격을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에라이 XX 프런트!!"
"음 역시 우리 감독님은 끝까지 책임감이 있으셔!!
"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니.. 이건 오히려 책임감이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현재 현장에 계신 수장이라는 분께서 프런트와 상의 없이 기자들에게 이런 공개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후 미칠 파장을 불보듯 뻔하겠지요..

올시즌을 끝으로 결별을 선언한 수장과 장수들, 그 밑의 병사들이 전장에서 잘 싸울수 있을까요...

차라리 그런 결정을 하셨다면 그냥 프런트와 말씀 끝내시고 끝까지 함구하셨다가
시즌종료 후 말씀하셨더라면..


선수단에게도, 팬들에게도 이런 충격과 파장은 있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항상 김성근 감독님을 믿어왔고, 감독님의 선택과 행동이 항상 옳다고 생각해왔던 저에게 이번 발언은 조금은 실망 스러웠습니다.
감독님의 선택과 결정에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발언에 조금 놀랐을 뿐이지요..

이런 발언을 하고나서 머리속에 스쳐간 것이 프런트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까??
하는것이었습니다.

프런트도 구단도 기업이고,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엄연히 회사입니다.
만약 직원들에게 촉망받고, 항상 남들에게 모범이 되는 부장님이 회사 사장님과 마찰이 있었고, "저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렵니다." 이러면 회사에선 좋게 볼까요.. 당연히 이건 일명 모가지 대상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바로 경질 결정이 나더군요..
이만수 2군 감독이 1군감독 대행으로 올라왔고

이에 팬들의 성화는 극에 달했고 결국 2011년 8월 18일 사건이 터지게 됩니다.
경기하는 내내 팬들의 시위와 오물투척, 경기장 난입이 이어졌지요..


저도 와이번스 팬이고, 김성근 감독님 팬이었던지라 매우 화가 났었고
저런마음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타팀팬들도 어느정도 이해할만큼 프런트의 행보는 막장이었기 때문이지요...
제가 만약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있지 않았더라면 저도 문학구장으로 가서 시위에 동참했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했어야 했습니다.

경기종료 후 관중들은 그라운드로 난입했고 마움드에 SK 용품등을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여러분,

당신들이 그렇게 흥분하고 화가날만큼 애정이 있는 야구입니다.


그런 야구를 하는 신성한 그라운드, 그것도 마운드에서 당신들이 한 행동은 SK팬인 제가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당신들이 사랑하는 선수들이 피땀흘려 뛰는곳에 그렇짓을 하고 싶었습니까..

앞으로 우리 선수들이 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뿌릴 생각하니 가슴이 애려옵니다.


게다가 덕아웃은 왜 습격해서 음료수와 공을 훔쳐가신 겁니까..

어느정도 선만 지키셨으면 좋았을것을 너무 멀리 가신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군중심리 이셨나요?
조금만 더 생각하시고 행동을 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쉽습니다...

그리고 팀세탁 하신다고 하시는분들!!
그렇게 팀세탁 하신다 어쩐다 말씀하시고 얼른 빨리 팀 세탁해서 떠나세요.
저도 SK프런트는 싫지만 우리를 위해 뛰어주는 선수들과 코칭스텝 분들 때문에라도 응원하는 팀 못바꾸겠습니다.
당신들이 팀세탁을 할 만큼 그동안 팀에대한 애정이 없으셨다니 유감입니다..

SK도 기업이기에 이윤창출을 위해 야구단을 운영합니다.
팬들로써 이런 구단에 어느정도 감사해야 하는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SK기업을 위하진 않더라고 남은 우리 와이번스 선수들, 와이번스 구단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팬들 선동하지 말고 그냥 빨리 다른팀 응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쓰다보니 마지막에 흥분을좀 했네요. 죄송합니다.

이번 818 사태, SK 프런트도, 김성근 감독님도, SK 팬들도, 물론 저를포함해서 모두 잘한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처만 남긴 이번일.. 하루빨리 상처가 잘 아물고
이만수 감독대행이 계속 감독직을 이어갈지, 다른분이 오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하루빨리 선수단 추스리고, 다시 열심히 노력하여 다시한번 비룡이 날개를 펴 하늘높이 나는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님!

전 당신의 신의 한 수, 선수들 관리능력, 당신의 야구 스타일이 좋았고,
당신의 말은 팬인 저에겐 진리였습니다.

감독님께서 불미스럽게 자리에서 떠나셨지만
감독님과 함께했던 5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감독님이 안계셔도 문학에 응원갈땐 감독님 이름 마킹된 태평양 돌핀스 유니폼은 항상 가지고 다닐겁니다.
당신은 제 우상이고 인생에 있어서 본받아야할 존경하는 분입니다.
감사했고,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Fan First 를 외쳤던 프런트도 말로만 하지말고 정말 팬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올해엔 꼭 저 유니폼에 감독님 사인받으려 했는데,ㅠㅠ 언젠간 기회가 있겠지요!!ㅠ